어둠속의 물건

운동을 시작. 했다. 복싱장이기는 한데 링의 자리를 근육 단련기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곳에 다니는 사람들도 여자가 삼분의 이정도. 남자들도 거의 복싱을 오래 안 한 분들이다. 링이 없으니 오히려 안심이다. 매도우를 해보라는 권유가 아마 거의 없을 듯 하다. 무식하게 덤벼드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코치들도 친절하다. 옆에서 나의 자시를 관찰하며 화이팅을 외쳐주는 모습이 좀 낯설고 적응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나쁜 느낌은 아니다. 어제는 하체운동을 했고, 오늘은 등운동을 했다. 앞으로 가슴과 팔부위 단련도 알려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복싱으로 유산소를 하고 근력 운동까지 겸하니 내가 원하던 운동 스케쥴인데다가 가격도 더 저렴하다. 나로선 금상첨화인셈. 그리고 아이폰 8을 샀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게 되었다. 핸드폰을 새로 사고나서 이런저런 어플과 연락처 동기화들을 하고나니 저녁이었다. 신한은행 계좌도 만들었다. 동욱이와 성수를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엄마가 얘기했던 농협 일도 처리할 수 있었을텐데 그건 못했다. 그건.. 언제 해야 되나. 내일이나 언제 점심시간을 틈 타 할까 싶다.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을 쓰니 오토바이를 사는게 약간 부담스러워졌다. 빨리 봄이 와서 엔맥스를 팔게 되면 그 땐 좀 부담감이 사라지려나. 그렇지도 않을것 같다. ktm을 사고 나면 대출금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존 카드론보다는 덜 나가겠지만. 이제 거의 돈 쓸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오토바이까지만 사고 나면. 성룡이가 돈을 좀 주게되면 그 땐 확실히 덜 해질텐데. 그 돈이 언제 들어올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어떻게 돈을 줄일지. 어떻게 돈을 더 벌지. 항상 고민하지만 답은 안 나온다. 돈이 좀 더 있었으면 운동을 1년치로 끊어버릴걸 그랬다. 뭐 이미 지난 일. 그래도 운동을 끊은 건 아주 잘한 일이다.
이제 푸켓으로 떠나기까지 일주일도 채 안 남았다. 으 기대가 많이 된다. 부업으로 블로그 마케팅 일을 좀 해보고 싶어서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왔으면 좋겠건만. 그럼 집에서 일하면서 큰 돈은 안 될지언정. 하루에 만원꼴로라도 벌이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누구는 마음만 먹으면 돈 벌기는 쉽다고 하는데. 그게 쉽다는 말로는 절대 안 들린다. 그 마음을 먹는다는게 정말 힘든 일이고. 설령 마음을 먹었더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냐가 문제이다. 그러니까 돈 많이 버는거는 쉬운 일이 절대 아니라는 소리이다. 얼마전에 드라이종현 커플을 새벽에 갑자기 불러내 잠깐 커피를 마신 일이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의 일이다. 바로 전 날이니까 이틀 전의 일이다. 그 둘이 사이가 좋아보여서 속에서 부러움이 흘러내렸다. 종현이가 왠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여자친구한테 새벽에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지기 충분한 행동이니까. 어쨌든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둘이 사이가 좋아보인건 그 둘이 알콩달콩한 분위기여서가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는것이 느껴져서이다. 막상 만나서는 쓸데없는 비트코인 이야기만 내내 해대서 대화 자체는 별로 재미 없었지만 뭔가 그 둘의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서로에게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것 같은. 요즘 책을 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토바이책 말고. 인문서적이나 소설, 시들. 얼마전 눈이 많이 내려서 신이씨랑 같이 눈을 쓸다가 교회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는데 신이씨도 처음에는 신앙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굉장히 우울한 상태까지 몰렸을 때, 교회를 다니며 예수님이 마치 있는것처럼 생활하다 보니까 그렇게 믿겨지더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그 믿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교회라는 사회 안에서 예수님을 중심으로 뭉쳐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다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회규율은 구성원의 행동을 제약한다. 그 제약이 바로 예수님의 아우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힘이라는 것도 결국 개념이고, 추상적인 느낌이어서 실체가 없다. 바디빌더의 괴물같은 근육들도 힘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상에 불과하니까. 그 근육이 힘의 표상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힘이 센지 알지 못한다. 자동차만 본 적이 있는 상태에서 땅에 착륙해있는 비행기를 처음 본 사람은 그냥 이상하게 생긴 자동차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비행기를 타고 한 번, 두 번, 날아보게 되면 비행기라는 것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떨쳐버리게 된다. 믿음이라는 건 그런 조건과 경험 안에서 움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제약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부대끼기 시작하면 믿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겠지. 작업을 안 한지 세 달쯤 된 것 같다. 아니 거의 1년 쯤, 그것보다 더 되었을 수도 있다. 작업이 내 생활의 제약으로 더이상 유효하지 못하다. 나는 작업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런 부분에서 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직시하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응. 무섭기도 하다. 그 적막한 어둠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가.

미아

지겹지만 안락한 짓거리들을 처리해냈다. 눈을 깜빡이며 차들을 바라보며 난 마치 여기 없는 듯한 기분. 이걸 우울감이라고 표현하는 것 말고는. 절대로 그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보고 나서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을 지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지. 충만함은 어떤 것으로 가능한걸까. 모래 한 알이 아쉬운 나날. 침묵 한 번이 그리운 순간. 아주 기인 침무욱 말고는 그다지 원하는게 없는 모범생. 생각보다 더 긴 침묵. 떼쓰기는 최악. 말을 안 하다 보면 해야 할 말이 사라져서 하고 싶은 말도 사라진다. 왜 그러냐. 상상만 하고. 왜 그러냐. 어차피 져버린 동지인데. 왜 그런다냐. 쓸모감이 뚜렷하지 못해서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사람들이 말을 합니다. 말을 안 해도 알아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것을요. 이런 내가 바보같다고 스스로 느껴지는 날들도 많이 있지만 희안하지만. 지겹지만. 안락합니다. 지겹지 안흥 닝ㄹ들을 찾아나가는 것만이 예의적으로 지겹지만 계속 해나가야 할 일. 꼬리에 꼬리물기는 나같은 사람에겐 드문 일입니다. 제가 누구인지 당신은 상상하시겠지만, 저는 당신의 상상만큼의 인간이지요. 그러니 굳이 노력하지 마세요. 우리의 시간이 끝나면 상상은 얼마 못 가 멈춰버립니다. 힘겹게 살려고 하지마세요. 
잠을 자는데 가습기가 큰 소용이 없습니다. 기침은 계속 나와서 30분에 한번식 잠을 깹니다. 짜증이 나지요. 시간에 맞춰 일어나면 짜증은 불안한 얼굴로 햇빛에 맞으며 나무에 뚫린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갑니다. 문 틈 사이로 햇밫이 사라지면 다시 슬그머니 열고 나와 방망이질을 하겠지요. 피터슨의 손에 들린 칼을 내려놓게 해주소서. 

책임 가습

요 며칠 건조한 공기때문에 잠을 꽤 설쳤다. 제대로 잠을 못 자니 일할 때 피곤한 것은 당연했다. 혼잣말 몇 마디를 중얼대다 다시 잠들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이 실패하면 한번씩 배게의 모양을 바꾸었다. 그리고 오늘 주문해놓은 가습기 도착했다. 오아라는 브랜드의 미니가습기이다. 무드등까지 되고, 가습효과도 좋다는 블로거들의 리뷰를 보고 결정한 제품이다. 사실 다른 제품 중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도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있었지만 굳이 이걸 선택한 이유는 무난한 형태감 때문이었다. 조그만 밥솥모양의 형태감이 풍화작용이 오래 일어난 강가의 돌같은 느낌이었다. 3일을 기다려서 받은 제품은 아직까진 마음에 든다. 무드등도 생각보다 밝고 같이 주문한 페퍼민트 오일을 몇 방을 뿌리니 향이 좋다. 슈우우- 하고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보다 지잉-하고 제품이 작동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긴 하지만 그다지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그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소리는 미처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에서 물이 조금씩 새는 소리이다. 작동음은 일정한 음계로 끊김없이 이어지는 반면에 물방울 소리는 불규칙하다. 뭐 이래저래 가격대치고는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음악을 들을때마다 계속 귀에 들어오는 것은 반복되는 리듬이다. 하나의 리듬이 정해진 박자에 의해 반복되면서 그 음악의 공기를 깔아놓는다. 이 반복이라는 형식은 나에게 하루라는 단위로 다가온다. 매일이 다른 듯 같은 듯한 반복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며 잃어버린 것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상기시킨다. 밑 빠진 독처럼 헤헤벌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 밑의 밑에 석주처럼 응겨붙은 것들이 있긴 있는가보다. 일자리를 구하면서 지겨운 알바 찾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부업을 원하고, 부업은 나에게 시간을 원한다. 시간은 더 많은 시간을 원하고, 더 많은 시간은 생각만해도 피곤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부업을 원하지만 얻지는 않는다. 작업실에 못 간지 세 달쯤 됐으려나. 
쉬이 작업실로 바이크를 몰지 못한다. 가서 할 일이 없다. 할 작업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언제 준비를 하고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지쳐버린듯 하다. 작가들은 그 물질들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인건가. 무형의 것을 만들고 싶다. 무게감이 없는 것. 돈이 없으면서 무게감은 돈의 제곱수로 다가왔다. 돈은 시간을 원하고. 
사타구니를 마구 긁어대면 시원하긴 한데 피부가 상해서 그 쪽이 시커매질 것이다. 시커매진 사타구니는 나 자신도 싫어하지만 자신을 싫어하는 단계마저 넘어가게 되면 자신을 포기하게 된다. 보기 싫은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 재수없는 사람들. 
친구가 어느 토크 자리에 가서 30대의 책임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30대의 책임감이라는 말은 나에게 참 아리송한 말이다. 20대때 나름의 성취들과 환희를 느껴본 사람은 이제 그 시절이 지났으니 자신은 20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창구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일까. 하하 난 참 좆같았는데. 난 그 자리에 없었으니 전체의 맥락을 알 수는 없다. 그러니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왠지 이상한 말이다. 30대의 책임감이라니.. 낳지 않은 아기도 아기인가. 지금의 판이 이러니 싫으면 나가리라는 건가. 아님 니가 싫든 좋든 넌 나가리라는건가. 넌 나가리. 이 방에서 나가리니. 입은 없고 발만 있으니. 저벅저벅 소리도 성큼성큼 소리도 모두 발로 내어 나가리. 
영화 패터슨에서 나오는 시들은 론 파젯. 이라는 시인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 시집을 하나 사보고 싶다. 언젠가 시간과 마음이 똘똘 뭉치면 서점에 가리. 가서 그 놈의 시집을 사리. 
아직 잠들기 전이어서 이 가습기의 효능을 확실히 체감하지는 못했다. 잠에 들고나서 콧 속 피부가 쭈그러드는 느낌이 없이 굴굴 잠을 잘 자게 되면 아침에 오아 가습기에게 참 고마울 것 같다. 그리고 난 요즘 점점 돼지가 되어가는 것 같다. 집에 있는 간식들을 남기지 못하고 다 먹는다. 이 식성은 대체 누굴 닮은건지. 식성의 반복은 세대에서 끊긴 듯 하다. 할아버지의 식성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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